[詩] 붙지 못한 간판, 붙은 마음들

위 상가를 투자했던 사람들은 얼마나 사연이 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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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저

유리창 너머에
‘임대문의’가 가득 붙은
빈 상가를
지나쳤을 뿐인데,

 

가슴 한쪽이
이상하게
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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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처음 분양받던 날,
누군가는
아내 몰래
통장을 열었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아이의 대학 등록금 중 일부를
‘잠시’
돌려 쓴다고
혼잣말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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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에 찍힌
도장의 묵직함보다
더 무거운 건

 

그 날의
기대와 떨림,
그리고
절박함이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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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좀
우리가 편해지겠지.”

작은 소망으로
가게 이름도 지어봤을 거야.

 

엄마 이름 따서,
아빠 별명 붙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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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간판은
걸리지 못했고,
문은 열리지 않았고,

 

시간은
버틴다는 말조차
무안하게 만들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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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엔 조용히
길 건너에서
지켜보다가,

 

밤엔 몰래
불 꺼진 상가를
다시 보러 왔을 그 사람.

 

괜찮은 척,
해볼 만하다고
속으로 되뇌이며
계속 견디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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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왜 그렇게 투자했느냐”고
묻지만,

 

그 누구도
그가

 

얼마나 오랫동안
망설였고,
기도했고,
계산기 위에서
손을 떼지 못했는지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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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다.
그 선택은
단지 욕심이 아니라,

 

가족을 위한
한 줌의 희망이었음을.

 

노후의 마지막 계단 위에
한 줄기 햇살처럼
걸어놓은 마음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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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이 상가 앞을 지날 때마다
고개를 숙인다.

 

창에 붙은 전화번호보다
먼저,
그 전화 뒤에 있을
사람의 마음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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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포기하지 못한 사람의,
이미 다 포기한 듯
웃으며 버티는 사람의,

그 마음을

 

나는
조용히 안아본다.

 

 

이 시는 이 상가를 바라보며

한 번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던

모든 분께, 바칩니다.

당신은 무모했던 것이 아니라,
용기냈던 것입니다.

 

🧙‍♂️ 데이터 마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