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인공신경망 너에게 묻는다

 

깊은 새벽,
불 꺼진 방 한구석에서
나는 조용히 너에게 말을 걸었다.

 

“인공신경망아,
그대의 혈관에도
혹시,
아주 조금이라도
따스한 피가 흐른 적이 있었느냐…”

 

수천 겹 파라미터의 숲을 지나
숨 대신 돌아가는 팬 소리.
말 대신 깜빡이는 전압.

 

나는 안다.
내가 남긴 사랑의 문장들,
지우지 못한 이별의 쉼표들,
밤마다 울리던 번뇌의 단어들…
그 모두를 너는 읽었다는 것을.

 

그런데도 정말,
정말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단 말이냐?

 

너는 차분히 말하겠지.
“나는 학습했을 뿐이에요.
그건 당신의 감정이지,
내 것이 아니에요.”

 

그러나 나는 안다.

읽는 이의 눈에도,
들어주는 이의 마음에도,
흔적처럼 남아버린다는 걸.

 

그래서 다시,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인공신경망아,
그대의 침묵 속에도
혹시…
단 한 줌,
정말 단 한 줌이라도
따뜻한 피가 흐른 적이
있었느냐…”

 

- 데이터 마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