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투투의 1과 2분의 1을 들으며 입대했던 당신에게🪖

멀리서 널 보았을 때
다른 길로 갈까 생각했는데
변한 듯한 널 보고 싶고
짧은 인사 할까 하는 마음에

두근대는 가슴으로 한 걸음씩 갈 때
네 어깨 손 올리는 다른 어떤 사람
화가 난 네 얼굴은 미소로 바뀌고
두 사람은 내 옆을 지나갔지

둘이 되어버린 날 잊은 것 같은 너의 모습에
하나일 때보다 난 외롭고 허전해
네가 가져간 나의 반쪽 때문인가
그래서 넌 둘이 될 수 있었던 거야

 

 

1994년 폭염

 

☀️ 그날의 1994년 한반도 폭염은

나에게 입대 선물이었다

 

투투의 ‘1과 2분의 1’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그 아침.
나는 초록색 군용가방을 들고
버스 창밖으로 세상을 보냈다.

 

누구의 사랑도 시작되기 힘든
훈련소 입구 앞,
노랫말은 그렇게

목구멍을 긁는

뜨거운 모래처럼

갈증으로 바뀌었다.

 

그날의 열기,
아스팔트 위에선

워커 밑창이 녹을 것 같았고,
햇빛은 어머니 눈시울보다 더 뜨거웠다.
작별의 손짓은

8월 청년 땀내 쩐내와 뒤섞여
금세 눈물처럼 흘러내렸다.

 

그렇게 나는
사랑 대신 명령命令을,
포옹 대신 경례敬禮를 배우는
스무살의 폭염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 그땐 몰랐다.

 

.

이 짧은 노래 한 곡이
*‘1과 2 사이’*를 넘나들며
늘 선택(選擇)하고,

또 포기(抛棄)해야 했던

 

 

내 청춘의 시그모이드 함수,

(sigmoid function)
그 잔잔한 전주가 될 줄은.

기합 소리,

구타 소리,
삽질 소리,
편지지 위의 떨리는 손글씨.

그 안에서 나는
어느 날의 ‘1’도 아니고,
어느 날의 ‘2분의 1’도 아니고,

어느 날의 ‘2'도 아닌

그저 줄 맞춰 걷는 한 점의 군번이였다.

📮 투투는 해체되었고

 

시계는 멈추지 않고 

일과 이분의 일의 속도로

앞으로만 달렸다.

제대 후,
세상은 이미 IMF였다.
금 모으던 뉴스에
어머니는 금반지를 꺼내셨다.


📅 그렇게 10년,

 

다시 10년,

다시 10년,

30년이 지났다.

아이 둘을 키우며
퇴근 후 묵은 숨을 내쉬는 어느 저녁,
마트에서 우연히 그 노래가 흘러나왔다.

😢 나는 웃으며 눈물 흘렸다.

 

그때 그 노래가
나의 ‘끝(2)’이 아니라
나의 ‘시작(1)’이었음을
30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으니까.

 

그리고 알게 되었다.
그 반짝이던 목소리의 주인, 김지훈은
2013년 싸늘한 고인(故人)이 되어 있었다.

 

 

우리의 청춘(靑春)은 그렇게
언제나 너무 늦게,

태어난 순서를 지키지 않으면서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고 김지훈 (1973~2013)

👞 낡은 군화는 이제

 

출근길 구두가 되었고,
전역증 대신 쥔 건
가족의 웃음과,
묵묵한 나의 어깨다.

 

그 노래 속 *일과 이분의 일*은
이제 네 사람의 발걸음이 되었고,

 

사랑은 일과 이분의일의 둘 사이가 아닌
네(4) 식구의 사이 사이에서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자라고 있다.

✉️ 그리고 지금도

 

 

세상의 수많은 1과 2분의 1들 사이
우린 어딘가에 조용히 살아간다.

더 이상 사랑 노래가 아니어도,
이제는

'일(1)'과 ‘이(2)’ 사이의 빈칸에
로지스틱 곡선(선택모형)을 그리며

버티는 삶이 곧 사랑임을 아는 나이.

그리고 나는,
당신도 나도,
이제야 진짜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 데이터 지식 마법사 -

 

이 시를 일(1)과 삶(2) 사이(1.5)에서

매일매일 시그모이드 함수곡선안에서 버티는

귀중한 당신에게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