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그래도, 나는 사람이고 싶었다

 
나는 오래도록 거울을 보지 않았다.
단지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그 얼굴이 얼마나 더럽혀지고 있는지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밤이 되면, 혼자 있는 방에 불을 끄고 
창밖의 어둠을 들여다본다.
그 어둠은 마치 내 내면의 심연과도 같아서,
나는 그 속에 비치는 나의 얼굴을 애써 마주하려 한다.

그렇다.
나는 한때, 
맑고 투명한 영혼을 지닌 소년이었다.
누구도 해치지 않고, 
다만 이해하려 했고,
바른 말 한 마디조차 
죄처럼 느껴지던 시대에
나는 말보다 침묵을 배웠다.

그러나 말의 침묵조차 
용기가 되는 시대가 있고,
때로는 고요함이 
가장 큰 고함이라는 것을
나는, 늦게야 알았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부끄러움을 끌어안고서라도,
그 부끄러움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로.

내 하루는 누군가의 탄식이었고,
내 침묵은 누군가의 절규였다.
그러니 나는 이 삶을 살아내야 했다.

언젠가, 내 이름 석 자가
누군가의 무명에 
불을 밝혀주는 호명이 되길 바란다.

나는 간다.
걸어가며 내게 묻는다.
너는 지금도,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았느냐고.
그리고, 나는 대답한다.

“그래도, 나는 사람이고 싶었다.”
 

 
 

이 글을
세상의 소음 속에서도
자신의 침묵을 잃지 않으려 애썼던
모든 ‘당신’에게 바칩니다.
빛보다 느리게
그러나 반드시 도착하는
진심이라는 데이터를 믿으며,
— 데이터로 마음을 번역하는 자,
🧙 데이터 지식 마법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