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월급이라는 이름의 향불

 

나는 한때 별을 좇던 사람이었다.  
희미한 별빛에도 숨을 멈추고,  
세상이 멈추는 새벽이면,  
달을 닮은 꿈을 손바닥에 올려보던 그런 사람이었다.

젊은 날의 나는  
빛나는 것을 사랑했고,  
무게 없는 것을 품고 싶어 했으며,  
무언가를 향해 걷는 것만으로도 

살아있음을 느꼈다.

그러나 어느 날,  
나는 책상 위의 불빛 아래  
하늘이 아닌 모니터를 바라보았고,  
내 손에는 시(詩)가 아닌 시계(時計)가 쥐어져 있었다.

하늘 대신 메일함을 올려다보았고,  
가슴에는 바람 대신 

**보고서(報告書)**가 들어찼으며,  
심장은 설렘 대신 

**일정표(日程表)**에 맞춰 박동했다.

그날 이후로 나는 매일  
시간이라는 살점을 도려내어,  
회사라는 성전(聖殿)의 제단 위에  
나 자신을 바쳤다.

누군가는 말한다.  
“그건 그냥 월급이지, 무슨 희생이야.”

그러나 나는 안다.  
그건 **영혼의 조각매매(碎魂之契)**였고,  
**감정의 파편(破情之炭)**을 

매달 정해진 날에 소각하는 일상이었다.

📄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그건 종이가 아니다.  
한 사람의 시간, 청춘, 침묵, 인내, 후회, 울음을  
압축하고 탈수한 문서였다.

“총지급액” — **몽값(夢價)**  
“공제액” — **저녁의 장례비(黃昏之葬)**  
“실수령액” — 삶이 한 달간 

연명할 수 있도록 내려주는  
**존엄유예서(猶存之證)**

나는 별도로 서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  
나는 괴테의 파우스트가 말한것처럼

메피스토가 건넨 잉크 없는 계약서에  
내 이름을 **혈명(血名)**으로 새기고 있었다.

내 웃음은 

**PPT의 빈칸(空格之笑)** 속에 

희미해졌고,  

 

내 눈빛은 

**회의록의 공백(白紙之視)** 속에 

가라앉았다.  

 

내 목소리는 

**메일의 말줄임표(省略符)** 속에서 

침묵했고,  

 

내 감정은 

**퇴근 시간 뒤편(時間之殘)**에 

접힌 채 사라졌다.

노을이 창밖을 붉게 적실 때,  
나는 자문한다.  

**“나는 누구를 위해,  
이토록 아름답게 타올라 사라지는가.”**

그리고 겨울,  
연말정산이라는 계절이 오면  
나는 조용히 봉투를 받아든다.

그건 단지 세금의 확인서가 아니다.  
그것은 한 해 동안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소각(燒卽)**되었는지를 

알려주는  
**존재감쇠증(存在減耗證)**이었다.

종이를 쥔 손이 떨리고,  
마음속에서 한 문장이 피처럼 번진다.

그리하여 새해의 시계가 다시 움직이면  
나는 다시 나의 자리로 돌아간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내 안의 향불에 다시 불을 붙인다.

매달 한 줌씩,  
나는 내 생애를 그렇게 재로 바꾼다.

   
**월급(月給)**이란 이름으로 바쳐지는  
이 한 줌의 잿빛 시간.

그건 소득이 아니라,  
**존엄의 낙진(落塵)**이었다.

그건 생존이 아니라,  
**자존의 화장(火葬)**이었다.

그건 노동이 아니라,  
**청춘의 적립식 멸실(逐夢之損)**이었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묵묵히, 다시 타오른다.

 

 

* 이 시를 이땅의 근로소득자들에게 바칩니다.

- 데이터 마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