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아들아 미안하다

 

 

아들아
미안하다,

나는 너를 사랑했지만
그 사랑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오랫동안 서툴렀던 것 같다

 

너를 키우는 내내
나도 모르게 뱉은 말,

습관처럼 던졌던 눈빛 하나가
너에게는 무게가 되었을지 모른다

 

내가 바랐던 건
단지 너의 행복이었지만

 

그 바람이
너에게는 부담이었을까봐

 

그게 혹시
너를 조이는 끈이었을까봐

 

아버지로서
마음이 아프다

 

내 기준으로 만든 '괜찮은 삶'을
너에게 넘기려 한 건 아니었는데

 

그게 너를 향한 진심이 아니라
나의 기대였음을 이제야 안다

 

아들아
이제는
정말 네가 자유로웠으면 한다

 

네가 선택한 길이
내가 상상하지 못한 길이라 해도

 

그 길 위에서
네가 웃을 수 있다면
아버지는 그걸로 충분하다

 

내가 이루지 못한 꿈이 아니어도
내가 생각했던 성공이 아니어도
네가 너답게 사는 삶이
가장 찬란하다는 걸
이제는 진심으로 믿는다

 

삶은
누구보다 먼저 도착하는 경주가 아니라
넘어져도 괜찮은
너만의 속도로 걸어가는 여정이란 걸

나는 이제야 알았다

 

그러니 아들아
너는
네 마음이 이끄는 대로 가도 된다고

 

혹시 누군가
너의 선택을 비웃어도

 

혹시 세상이
너를 흔들어도

너는 기억해라

 

아버지는 언제나
그 길 끝에서

 

네가 돌아볼 때

두 팔 벌리고

 

너를 반길 거라는 걸

사랑한다

 

그리고

미안하고

고맙다